재포장 규제. 현업 경험자의 목소리. (펌글)



그림출처: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6224149i




* 필자에게 허락을 받은 페이스북 게시물 입니다.*

* 필자의 요청으로, 링크는 걸지 않습니다 *

요약-

1. 묶음판매는 제조자에게 비용.

2. 이미 있는 포장재에 묶음포장을 더하는건 환경에 부담.

3. 소비자는 결국 포장 비용을 지불.




나는 이 시국에 기자를 했었다면, 회의감 느껴서 금방 그만뒀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의도를 왜곡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아마 사람들이 '미쳤네', '이 정부는 왜이러냐' 이렇게 말할 반응까지 예측 했겠지.


내가 생리대 브랜딩을 하고 P&L을 보면서 가장 회의감이 들었던 마케팅 중 하나가 번들 제품, 즉 이 묶음 판매다.


내부의 상황은 이러하다. 제조업자가 제품을 만든다. 예를 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생리대 중형 18개입, 대형 16개입 이런식으로. 그것만 팔면 얼마나 좋겠냐만, 우리나라처럼 대형 수퍼마켓 위주로 유통시장이 형성된 나라는, 소비자들은 한번 갈때 대용량을 사고싶어한다. 그래서 중형 36개입, 대형 34개입 제품도 하나씩 만들어 줘야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왜냐면 많이 팔리는 제품군이니까.


그런데 몇몇 소비자들은 더 많은 용량을 원한다.

'더 싸게 사는 느낌적 느낌'이 좋으니까.

여기에 더해 유통업체도 요구를 한다.


"우리 유통채널에만 독점적인 SKU로 만들어주세요."


문제는 이렇게 새로운 스펙을 가진 SKU를 만들때마다, 공장에 시설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레인을 새로 깔아야하는데, 주로 이렇게까지 대용량으로 넘어가면, 시설을 바꿀만큼의 규모의 경제는 안나온다.


그러면 이때부터, 각종 플라스틱 봉지, 테이프, 팸플릿을 끼워서 칭칭 감은 '묶음 판매'가 나오게 된다.


이것은 모두에게 최악의 선택이다.


1. 묶음 판매는 제조업자에게 비용이다. 나는 이미 최선을 다해서 패키지를 만들어 놨는데, 이런 묶음 판매는 대부분 공장에서 안되는거라 사람 손을 타서 만들어야하는데, 때로 거기에 투자하고 나면 심지어 P&L에서 흑자가 나던 제품도 적자가 날만큼 커스터마이제이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냥 '두개 사면 15% 깎아드려요~'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리고 충분히 그럴 의향도 있지만, 10%만 더 싸다고 해도 실제 숫자보다는 '대용량 할인'이라는 perception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은 스카치 테이프로 칭칭 감겨놓은 제품을 집어든다. 그래서 제조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걸 만든다.

* 보내주신 의견에 따르면 제조업자 바이 제조업자인데, 좀 더 많은 매대를 차지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제조업자의 습관자체도 문제일 수 있다. 특정 이벤트를 겨냥해서 빠짝 매출을 당겨보려는 기획상품도 큰 몫을 차지하고...


2. 환경에 최악의 선택이다. 이미 있는 포장지도 모자라서 그걸 다시한번 묶음을 하기위해 의미도 없이 더 많은 포장지, 접착제, 플라스틱을 쓰게 된다.


3. 소비자는 실제로 싼 가격을 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대용량이라 싼 느낌을 사는 것이다. 사실 포장지 및 인건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깎아 줄 수 있다면 난 정말 기꺼이 그렇게 하고싶었다. 포장지 비용을 지불하면서 나는 이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금방 손에 찢겨 없어질 포장지에 쓰고 있는 행위가 너무 고통스러웠었다.


이건 명백히 악순환이었다. 그걸 이번 정부에서 이런 제재를 통해 악순환을 끊어 낸 것인데, 이것은 나는 환경을 위해서 정말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악순환 눈치 싸움을 끝내주는 것이 정부와 규제의 역할이다.


그리고 환경부의 지침을 보면, 대용량 혹은 묶음을 통한 할인 판매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공장에서 큰 패키지 제품을 만들어서 팔라는 것이다. (환경부 실제 지침에는 사진도 첨부하고 있다: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


결론적으로 여기에서 논점은 소비자 물가를 높이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에게도 제조업자에게도 환경에게도 비용이었던 2중 - 3중 포장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 기사가 기자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해서 클릭을 많이 받기 위한 의도로 쓰여진 기사인지, 아니면 이런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포장 업체들의 로비로 쓰여진 기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이 법의 시행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잘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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